'탕!' 설원을 뒤흔든 총성과 페이드 아웃. 엔딩 장면이 호기심을 유발하기 충분했다. 누가 총을 들었는지, 그 시간 속 이야기가 공개된다. 관심 속 출발한 영화 '독전2'는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힘없이 좌초된 모양새다. 속편 기획의 '아쉬운 예'로 남을 듯하다.
'독전2'(감독 백종열)는 2018년 개봉해 520만명을 모은 '독전'의 후속편이다. 전작이 다룬 시간대 중간에 일어난 일을 그리는 미드퀄 형식으로, 이는 한국영화 최초 시도다. 영화는 지난 17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열린 부산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서 상영되며 베일을 벗었다.
용필름이 제작한 '독전2'는 전편의 엔딩에서 형사 원호(조진웅 분)와 서영락(오승훈 분)이 노르웨이에서 만나 총성이 울리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1편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 대신 '뷰티인사이드'(2015)의 백종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호는 용산역에서 벌인 지독한 혈투 이후 여전히 이선생을 쫓는다. 사라진 서영락, 다시 나타난 브라이언(차승원)과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에서 온 큰칼(한효주)의 이야기를 그린다. 원호는 더 치열하게 이선생을 쫓고, 브라이언은 육체가 쇠약해졌지만, 마음 깊은 증오로 욕망은 더 불타오른다.
인기를 끈 영화의 속편은 양날의 검과 같다. 전작을 통해 쌓은 인지도와 세계관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속도감 있는 전개가 가능하다. 반면 전편에서 관객이 좋아한 요소만을 답습하다 보면 패착에 빠진다. 대중의 기호를 맞추다 보면 스토리가 산으로 갈 우려도 존재한다.
'독전2'는 속편 기획의 '안 좋은 예'로 남을 듯하다. 제작 시도는 좋았지만, 캐릭터 플레이로 재미를 본 전편의 영광을 의식한 탓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산만하게 다가온다. 작위적 캐릭터 플레이에 집중한 탓에 이야기가 매끄럽지 않다. 전편의 캐릭터들이 맛있는 밀크 초콜릿이었다면, 2편의 캐릭터들은 좀처럼 넘어가지 않는 다크 초콜릿 같다.
장르를 과하게 의도한 탓일까. 전체적인 대사톤도 피로감을 준다. 이야기는 중언부언 반복되니 허술하다. 힘이 잔뜩 들어간 말들과 어둡게 이어지는 화면도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전편에서 류준열이 연기한 서영락은 오승훈이 대신 연기하고, 빌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고(故)김주혁, 진서연의 바통을 한효주가 받았다.
오승훈은 힘이 없다. 그의 열정은 돋보이나, 전편에서 락으로 분한 류준열과 매끄럽게 연결되지는 않는다. 차승원·조진웅 등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 사이에서 분투하지만, 존재감을 발휘해야 할 역할이 힘을 쓰지 못한다. 흥미를 유발하지도, 매력을 발휘하지도 못한다.
가장 큰 패착은 섭소천, 한효주다. 빌런 캐릭터 구축의 처절한 오류다. 1편에서 고(故) 김주혁이 연기한 진하림의 오누이로 설정된 바. 캐릭터와 궤를 같이해야 하는 까닭에 다소 오버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편의 강렬한 두 빌런의 존재감에 비견하기엔 미미하다.
그래서인지 한효주는 큰칼을 흉낸 듯한 인상을 안긴다. 그는 부산에서 열린 오픈토크에서 3일간 물도 안 마시고 몸을 키우며 배역을 준비했다고 밝혀 기대를 끌어올렸다. 기대가 큰 탓일까. 오히려 한효주의 외형 변신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한껏 끌어올린 게 독이 된 듯하다. 한효주가 여러 번 언급한 잔근육 노출 장면도 차별된 인상을 주지는 못 한다. 극 후반, 반전이 드러나는 장면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서사도 아쉽다.
한효주의 도전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자 마음먹은 배우의 열정과 용기는 빛난다. 배역을 준비하며 흘린 수많은 땀과 노력도 대단하다. 다른 작품에서 또 다른 빌런, 더 매력적인 얼굴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조진웅과 차승원은 전작의 톤을 무난하게 유지하며 무게감 있게 지탱한다. 이야기는 허술하나, 두 배우의 얼굴이 화면을 채우면 에너지를 발산한다.
단지 1편이 흥행에 성공했으니 그저 2편도, 3편도 '만들면 되겠지' 식의 제작은 이제 안 통한다. 기획·제작 과정에서 보다 냉정하게, 철저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시청자·관객은 변했는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만 '과거의 영광'에 갇혀있다면 오산이다. 어느 때보다 지혜로운 눈이 요구되는 때다.
'독전2'의 엔딩 크레디트는 참신하다. CF 감독 출신인 백감독의 아이디어와 섬세함, 영상미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러닝타임 114분. 청소년 관람불가. 넷플릭스 공개.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