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설마 아는 그 맛일까 싶었는데 정말 그랬다. 진부함 그 자체다.
뻔한 클리셰에 반전 따위도 없다. 그나마 전개가 빨랐다면 시간이라도 더디지 않게 흘렀을 텐데 그렇지도 않다. 일찌감치 예상 가능한 이야기인데다 속도감도 떨어져 111분이 매우 무료하다. 이 시간을 다 견딘 독자가 있다면 "수고했다" 말해주고 싶다.
'콘크리트 카우보이'는 동명의 소설 원작으로, 10대 소년 콜(케일럽 맥러플린 분)과 아버지 하프(이드리스 엘바 분)가 소원했던 관계를 개선해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콜이라는 한 소년의 성장기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겠다.
이 아이는 학교에서도 두 손 두 발 다 든 사고뭉치로, 어머니는 새 학기 전까지 콜을 필라델피아에서 혼자 살고 있는 하프의 집으로 보낸다. 둘 사이가 좋지 않으니 아들이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이라도 배우길 바라는 의중이었던 건지, 콜이 싫다고 밀어냈지만 어머니는 완강했다.
콜은 하프에게 반항심이 가득하며 하프는 그런 아들을 어떻게 보듬어야 할지 모르는, 사랑 표현에 서툰 아버지였다. 함께하기 싫지만 갈 곳이 없는데 어찌하랴. 콜은 하는 수없이 하프와 지내며 카우보이로 활동하는 하프의 일도 배우게 된다. 다행히 마구간 사람들이 도움을 줘 서서히 적응해 나갔고,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아버지의 진심을 들으며 부자 사이는 조금씩 가까워진다.
시간이 지나 어머니도 다시 이들 곁으로 돌아온다. 영화는 떨어져 지냈던 가족이 다시금 뭉치는 희망찬 장면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떠오른 단어는 '맹탕'이었다. 피식 웃음이 나오는 구간도, 심장을 잠시라도 쓱 스치고 지나갈 만한 감흥이나 전율도 없다. 콜과 하프의 관계 개선도 감정 교류 과정이 너무 빈약해 감동도 없다. 분명 영화의 골자를 이루는 중심축인 두 사람인데 어느 한순간도 케미가 드러나지도 않는다. 심지어 대사까지 단조로워 더욱 총체적 난국을 자처한 모양새.
나름 감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만한 극적인 장면이 후반 등장하긴 하지만 이 역시 밋밋하다. 각 장면들이 촘촘히 연결돼 감정을 이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단순 나열식에 맥락을 끊는 구조가 큰 허점으로 보인다.
그나마 볼만했던 건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주역 케일럽과 '분노의 질주', '어벤져스', '토르'가 대표작인 아드리스의 연기 변신이었다. 특히 케일럽은 앳된 모습을 벗고 성숙하고 진중한 연기를 선보여 돋보였다. 배우들의 힘과 연기도 살리지 못한 '콘크리트 카우보이'. 가족의 의미를 담고자 한 감독의 메시지는 빈틈 가득한 미장센에 잠식된 듯하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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