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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복권 나비효과 [여의도가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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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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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9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8·15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으로 하루 종일 술렁였다.
아침 라디오 진행자들은 정치인 출연자들에게 김 전 지사 복권에 관한 입장, 향후 전망 등에 관해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 당권 경쟁 중인 김두관 후보를 비롯해 많은 정치인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장을 내놨다.
국회 출입기자들도 여야 대변인 등에게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

왜 지금일까. 8·18 전당대회에서 연임을 앞둔 이 전 대표의 ‘일극체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여권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친노·친문 진영의 적자’로 꼽히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이 몰고 온 질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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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이 열린 올해 5월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왼쪽부터)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 대표 페이스북 캡처
◆왜 지금일까…윤 대통령의 노림수는

사면은 형 선고의 효과 또는 공소권을 소멸시키거나 형 집행을 면제하는 것으로,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헌법 79조 1항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지난 8일 김 전 지사를 포함한 특사 건의 대상에 포함시켰다고는 하나 최종 결정은 윤석열 대통령 몫이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사면·복권 대상자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오는 13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결과가 바뀌면 무성한 억측을 불러올 수 있고 이는 그대로 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
애초 2022년 12월 김 전 지사를 사면하면서 복권은 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논란이 많았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9일 CBS라디오에서 “그때(2022년) 이명박 대통령 사면·복권할 때 껴서 한 거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어쨌든 복권 조치가 있게 되면 명분은 차고 넘친다.
(특사는) 국민통합 차원에서 시행하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같은 방송에서 “(사면·복권은) 꽤 오래된 시간부터 명단 검토 등을 하면서 대통령실과 조율 같은 것도 사전에 한다”고 설명했다.
사면심사위가 대통령실 의중과 무관하게 김 전 지사를 명단에 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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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자연히 ‘왜 지금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김 전 지사는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돼 있던 2022년 12월 윤 대통령의 특사로 남은 5개월여 형기를 면제 받았다.
그러나 복권은 이뤄지지 않아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됐다.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출마의 길이 막혀 있는 것이다.

친명계 좌장 격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최근 이렇게 말했다.
“여당은 복권 카드를 야권 분열용으로 시기에 맞춰서 쓸 거다.
내년 3월이나 민주당이 약간 분열 기미가 있을 때 김 전 지사 복권 카드를 쓰지 않겠나 생각한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지금은 ‘야권 분열용 복권’이라는 지적을 덜 받는 시기라는 뜻이 된다.
10월쯤으로 예상되는 이 전 대표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만에 하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한 이후에 복권한다면 ‘야권 갈라치기’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는 더욱 커진다.
게다가 김 전 지사는 현재 국외 체류 중이다.
당장 정치권에서 보폭을 넓힐 수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는 통화에서 “내가 윤 대통령 참모라도 지금이 적기라고 건의했을 것”이라며 “더욱이 김 전 지사 복권 이슈가 워낙 커 조윤선·안종범·현기환 전 청와대 수석,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무더기로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덮여 버렸으니 남는 장사 아닌가”라고 했다.

◆민주당의 속내…환영과 견제 사이

민주당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박지원 의원은 SNS에 올린 글에서 “(김 전 지사 복권이) 사실이라면 만시지탄이지만 윤 대통령께서 아주 잘하신 결정”이라며 “김 전 지사의 복권은 더 큰 민주당이 되는 기회이며, 민주당의 인적 자산에 큰 보탬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두관 후보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이 민주당의 분열이 아니라 민주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살리고,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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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뉴시스
김 전 지사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잠재성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인 그는 친노·친문·비명 진영을 아우를 수 있다는 평을 받는다.
4·10 총선을 앞두고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 과정에서 파편화한 비명계에는 새로운 구심점이 생기는 셈이다.

야권의 차기 대선후보 경선 흥행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에게 2027년 대선에 출마할 문이 열리면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총리, 박용진 전 의원,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을 비롯한 야권 잠룡 풀이 넓어진다.

그만큼 이 전 대표에게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8·18 전당대회처럼 차기 대선후보 자리도 사실상 추대를 받는 식이 되기를 기대했을 것”이라며 “김 전 지사가 당장 야권의 한 축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당내 경쟁이 지금보다는 치열해질 게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가 정치권에 복귀하면 이 전 대표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전 대표 본인은 물론 측근들에게 자극·긴장이 되고, 대권 가도를 더욱 탄탄하게 닦아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박지원 의원은 “이재명, 김동연, 김경수 등이 국가 발전을 위해 치열한 경쟁과 정책 대결을 한다면 그만큼 당원과 국민의 선택의 폭은 커지는 것”이라며 “이재명 일극체제라는 비판도 불식되는 계기가 되리라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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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다만 이 전 대표 주변에서는 8·18 전당대회에서 연임 대관식을 앞두고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떨떠름해하는 기색도 엿보인다.
친명계 장경태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하필이면 왜 지금이냐. 하려면 작년, 진작 했어야 한다”며 “한창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하고 있는 판에 (복권을) 하는 것은 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그러면서 “당원들께서 (이 전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김 전 지사가 복권돼더라도 차기 대권에 대한, 이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사그라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팝콘 준비하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내에선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이재명 일극체제’에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 보인다.
민주당의 특검·탄핵·청문회 공세로 수세에 몰렸던 분위기를 전환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재섭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 빼고는 다 즐겁다”며 “물론 친명 일부, 강성 팬덤도 불편할 수 있겠지만 그를 제외한 나머지분들은 다 통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YTN라디오에 나와 “민주당이 이 전 대표의 1인 독재 정당처럼 비치는 것에 불만이 있는 분들이 많다”며 “구심점이 없어서 숨죽이고 있었던 분들이 뭉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만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많아서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그 균열이 사소한 균열이 될지, 큰 균열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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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사. 연합뉴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강성 친명계를 제외하면 다수의 야권 정치인들이 김 전 지사 복권을 환영하고 있다”며 “정치적으로도 김 전 지사의 복권은 야권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국민통합이라는 대의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는 속 좁은 잔머리는 굴리지 않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다만 공식적인 입장은 자제하며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복권은 대통령실에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 입장을 내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면서도 “김 전 지사가 과거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복권을 받아 정치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자체가 여야 간 협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한 당의 입장은 정해진 바 없다”며 “정부에서 검토 중인 만큼 당은 신중히 상황을 주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전 지사 향후 행보는…

김 전 지사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아직 내다보기 이르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2023년 8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지난 5월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 차 일시 귀국했다가 다시 출국했다.
당시 그는 “독일로 가서 6개월쯤 머무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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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 영국에서 체류 중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 전 지사와 가까운 한 민주당 관계자는 “독일에서 짜여진 프로그램이 있어 김 전 지사는 예정대로 연말에나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김 전 지사의 복권 파급력은 내년 초 이후에나 구체적인 형태를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전 대표의 1심 선고 결과, 조국 대표의 대법원 선고 등 야권 지형을 뒤흔들 변수도 많다.

친명계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가 윤 대통령에 의해 사면·복권된 사람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견제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본인이 (사면·복권을) 원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거부하지 않았나”라며 “그런 프레임이 얼마나 먹힐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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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지사는 2022년 12월28일 재수감된지 521일 만에 출소하며 “저로서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게 됐다”며 “통합은 이런 방식으로 일방통행이나 우격다짐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국민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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