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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집회 금지' 與野 충돌…'집시법 10조' 수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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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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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집시법 10조 헌법불합치 결정은 야간 옥외집회가 '무조건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야간 옥외집회나 시위의 제한이 필요하지만 해가 뜨기 전이나 진 후라는 시간대가 불명확해 더 구체적이고 적절한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입니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지난 24일,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 모두발언)


"야간에 집회를 할 때 더 제한하는 것은 가능한데 사전적으로 아예 집회를 못 한다고 하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는 취지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지난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여야가 같은 판결을 두고 '다른 해석'을 펼치고 있다.
집회와 시위의 금지 규정을 담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0조가 대상이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2009년 헌법불합치, 2014년에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심야 시간 집회를 금지하도록 집시법 개정을 추진 중인 여당은 이 판결이 법 개정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한다.
야당은 오히려 이 헌재 판결이 집회를 특정 시간 금지하는 것이 위헌 요소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반박한다.


與 "심야 집회는 타인의 이익 침해"…법 개정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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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24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오전 0~6시 옥외 집회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윤재옥 의원(원내대표)안, 집회의 소음 규제 기준을 현행에서 5~10데시벨가량 강화하는 권영세 의원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당정은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가 타인, 법인, 공공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와 시위, 출퇴근 시간 주요 도심의 도로상에서 개최하는 집회와 시위를 신고 단계에서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여당이 집시법 개정에 나선 배경은 지난 1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의 1박2일 '노숙 집회'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1박2일 집회를 허용할 수 없다며 오후 5시까지만 집회를 허락했지만, 노조는 이후에도 집회를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이 도로에서 음주하고 흡연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마음 내키는 대로 도로를 점거하고 노상 방뇨와 술판을 벌이는 집단에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공정한 선진사회"라고 적었다.


헌재 판결 후 입법 공백…해석은 제각각

법안 개정에 힘이 실리는 것은 현재 관련 집시법 조항이 '입법 공백'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야간 옥외집회 금지 위헌제청 사건 심판에서 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했다.
이 조항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의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일정한 경우에 관할 경찰서장이 허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당시 헌재에서 5명의 법관은 "헌법이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다"는 취지로 위헌 의견을 냈다.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며,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헌 의견이 다수 재판관의 의견이었지만,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결정되는 헌재의 특성상 해당 조항은 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로 결정됐다.
이후 유예기간 안에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집시법 10조는 효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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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2014년에는 집시법 10조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6명은 한정위헌, 3명은 전부위헌 의견이었다.
한정위헌의 취지는 집시법의 해당 조항을 이미 보편화된 야간의 일상적인 생활의 범주에 속하는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었다.
헌재는 다수 의견으로 "24시 이후의 시위를 금지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즉, 심야 시간이 아닌 저녁 시간대까지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과잉이라는 판단이다.


야당은 2009년 헌재의 다수 의견을 들어 집시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앞으로 국회에서 어떤 법을 하든 일정한 시점에서 집회할 수 없다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특정한 경우에만 집회를 할 수 있다고 해 놓으면 그것은 (2009년) 헌법 결정 취지에 비춰서는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은 2014년 결정을 주된 논리로 집시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지만, 2009년 결정을 고려해도 '자정 이후 집회 제한' 입법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정 이후 집회 금지가 사실상 허가제와 마찬가지라고 하는 것은 (2009년 결정에서) 5명의 의견"이라며 " 단순위헌에 대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5명의 의견이 다수 의견이라고 해서, 마치 헌법 불합치 결정의 주문의 이유가 된 논리 근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자꾸 5명의 의견이 헌재 공식 의견에 반영된 것처럼 사실관계나 법리를 비틀고 있는데 그 부분이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집회 '허가제'화? 기본권 제한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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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법 10조 개정에 대해 노동계는 '기본권 제한'이라고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지금 정부와 집권 여당이 시도하는 것은 변질된 신고제 즉, '허가제'"라며 "처참히 무너지고 있는 것은 공권력이 아니라 시민의 기본권"이라고 질타했다.
참여연대 또한 지난 19일 논평에서 "불법 전력을 빌미로 집회 개최를 금지하는 것은 신고제가 신고 내용이나 신고자 신원에 따라 거부될 수 있는 사실상의 허가제로 변질됨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심야집회 금지'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다만 불법 전력에 따라 신고 단계에서 집회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봤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0시부터 새벽까지는 제한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원칙적 허용', '예외적 제한'으로 가야 한다"면서 "지금 논의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거꾸로 된 방향인데, 그것은 허가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불법 시위 전력에 따른 집회 제한과 관련해서는 "(불법 집회)전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게 아닌데 정부여당이 불필요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불법 집회 전력이 있든 없든 관계없이 공공질서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집회는 허용을 하면 안 되는 것인데 불법 집회 전력을 보겠다는 말은 특정한 단체를 암시하며 국민을 이간질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시법 개정에 대해 "(기본권 제한으로)보지는 않는다.
집회 시위의 자유도 중요한 기본권이지만 인근 지역 주민의 주거의 자유도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헌재의 결정을 '다수의견'을 중심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그는 "헌법불합치의 경우 그 자체로서 이해해야 한다.
결국 위헌이 안 됐다는 얘기"라며 "권한쟁의 심판을 제외한 헌재의 결정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수 의견이기 때문에'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다만 장 교수는 불법 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를 제한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것을 확장하고 과도하게 하려고 하면 위헌 문제가 나올 것"이라며 "불법 시위가 될 것이 명백하다는 경우에는 제한을 할 수 있겠지만, '불법 시위 전력이 있으면 앞으로 집회 시위를 영원히 하지 말라는 얘기냐'라고 흘러가면 과도한 제한이 된다"고 부연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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