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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리스크 커진다 下]보이지 않는 컨트롤타워…소부장委 회의 올해 겨우 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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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중국 등 해외발 공급망 리스크는 정부의 사전 대응 부실도 한 몫 했다.
정부는 공급망 컨트롤타워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위원회' 등 각종 태스크포스(TF)를 세웠지만, 정작 운영은 부진해 유명무실하게 만든 것이다.
이는 2019년 소부장 사태를 야기한 일본이 미·중 갈등 이후 공급망 문제를 안보 현안로 인식하고 착실히 준비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이제라도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위원회를 만들고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땜질 처방'이 아니라 국가 안보를 결합한 중장기 공급망 전략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소부장委, 올해 회의 3차례 그쳐=12일 정부에 따르면 소부장 경쟁력 위원회는 올해 들어 회의 횟수는 3차례에 그쳤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의 소부장 수출제한조치 석달 후인 같은 해 10월 출범한 이 위원회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부위원장을 맡는 30여명 규모 조직으로, 사실상 소부장 정책을 총괄하는 범부처 공급망 컨트롤타워다.
그러나 위원회 출범 후 2년여 간 회의 횟수는 9번에 그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때 고조된 미·중 갈등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지난해 연말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가중됐지만 정부의 공급망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의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 반도체 공급망 자료 요청 등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 정부는 대외경제장관회의 등에서 논의했으나 현안 대응 수준에 그쳤다.
글로벌 공급망 질서가 '비용→안보·가치' 중심으로 이동하는데 중장기 전략 수립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소부장 사태에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중국의 수출제한조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국내 요소수 품귀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회의체, TF를 신설하는데 바빴다.
기재부는 10월 경제부처 장관 외에 외교부 장관, 국정원장 등이 참여하는 장관급 회의체인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또 신설해 미국의 반도체 자료 요구 등을 논의했다.
외교부도 이달초 내부에 경제안보 TF를 신설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재부는 이번 요소수 사태로 우리 공급망 전반을 점검하기 위한 새로운 범부처 공급망 TF 신설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터질 때마다 땜질식 처방을 내놓는 TF를 만들고, 잠잠해지면 빈껍데기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차제에 대통령 직속 또는 총리실 직속의 공급망 안보 협의체를 만들어 중장기 대책을 수립하고, 주간 단위로 상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부장 극일 자찬했지만, 일본은 공급망 안보 강화=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제라도 공급망을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통상질서의 중심축이 '다자주의→지역', '자유무역→보호주의'로 이동하는 가운데 공급망을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 아세안 지역 등 지역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탈(脫)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질서를 다시 짜는 가운데, 단순히 공급망 내재화 및 높은 대중 의존도 축소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미국과의 탄탄한 관계를 바탕으로 다른 지역과 협력을 강화, 다양한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한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전략산업은 자국내 생산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 관점에서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중국과 같은 특정국 의존이 심한 제품, 부품소재 생산거점의 일본 내 복귀시 보조금을 중소기업은 비용의 3분의2, 대기업은 2분의1 가량 지원한다.
일본에 공급되는 부품소재 중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경우 아세안으로 생산설비 이전시 중소기업은 비용의 3분의2, 대기업은 절반을 지원한다.
이 밖에도 희토류 조달선 다변화, 대체기술 개발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소부장 극일에만 매달려 온 우리 정부의 움직임과는 차원이 다르다.


무엇보다도 외교 통상 측면에서도 미국 등 우방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아세안 지역과도 경제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아태 지역의 새로운 통상 질서 구축에 참여하고 역내 국가와 공급망을 비롯한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중국 눈치를 보느라 CPTPP 가입이 늦어졌고, 최근 정부가 가입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이마저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향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소부장 사태를 정치권이 '반일' 이슈로 활용하면서 정부가 공급망 이슈에 충분히 대응하는 기회로 활용하지 못했고, 이번 요소수 대란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가만히 앉아서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산업부와 공급망 문제를 논의한 건 미국이 공급망 이슈를 산업, 무역 차원을 넘어 외교, 안보 관점에서 본다는 뜻"이라며 "우리도 미중 사이에서 미국과의 탄탄한 동맹을 바탕으로 중장기 공급망 안보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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