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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권리금 0원인데 세입자 없어 폐업도 못해…'명동 금융'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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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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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일대에서 10년 간 환전소를 운영해온 강수찬씨(58·가명)는 점포 3분의2를 따로 떼 내어 식당에 세를 줬다.
찾아오는 손님은 없는데 월세를 내야하는 문제를 덜기 위해서다.
이웃한 환전소는 문을 닫고 폐업한 지 오래. 이곳 환전소에는 공간도 따로 구분하지 않아 환전창구 옆에서 손님들이 식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인근서 환전상으로 일하는 이대윤씨(63·가명)는 일주일 째 손님을 한명도 받지 못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코로나)’으로 여행객 수요가 늘면 조금이라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게 이씨의 토로다.
폐업도 여의치 않다.
이씨는 "권리금을 평당 1억원씩 주고 들어왔는데 지금은 월세만 내라고 해도 세입자가 없다"며 "생돈만 날리고 있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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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소와 상품권 판매 대행사로 대표되는 명동 일대 금융상권이 몰락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길게 이어진 데다, 비대면 금융 활성화로 더 이상 금융소비자들이 명동을 찾지 않으면서다.
코로나19 국면이 끝나도 예전처럼 금융상권이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금융사와 대부업체까지 경쟁하며 ‘한국 관광상권 1번지’이자 ‘금융 1번지’로 불렸던 명동 금융시장이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분위기다.


12일 서울 중구 명동2가·을지로2가·충무로1가 일대 중심지를 돌아본 결과 남아있는 환전소는 단 12개에 불과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와중에도 30여곳이 영업을 하며 버티던 1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남아있는 업체마저도 영업을 중단했거나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2개 환전소 중 3개 업체는 문을 닫아 지도에만 존재하는 가게였다.
이곳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고세진씨(49·가명)는 "환전업 종사자를 수십억 자산가로 여기기도 하는데 대부분 돈을 빌려와 영업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코로나19로 한달 수입이 십만원 밑으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공과금도 제때 못 내 고지서만 덩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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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가 난립하던 상품권 업체도 백화점 인근의 6~7곳을 제외하고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상품권 판매 대행사의 ‘큰손’으로 불리던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코로나19로 뚝 끊기면서다.
고씨 근처 상품권 교환소는 몇 달째 문을 닫고 주인도 두문불출한 상태다.
입구에는 넉달 간 내지 못한 18만원어치 공과금 청구서만 있었다.


상품권 판매는 통상 교환해준 금액의 약 1% 남짓한 금액을 가져가는 전형적인 박리다매 사업이다.
오석진씨(48·가명)는 "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할인율이 굉장히 낮은 편인데 손님이 없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다"면서 "코로나19가 풀려도 이 일은 못하지 않을까 싶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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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일대 환전소와 상품권 판매업체는 2015년 무렵 붐이 일었다.
환전소의 경우 내국인 사설환전소 이용이 허용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수수료가 싼 상품권 교환소가 ‘성지’로 여겨지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하지만 주요 금융회사들이 갖가지 방식의 환전 서비스를 선보이고 상품권 메리트도 줄어들면서 점차 이용객이 줄기 시작했다.
2019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와 코로나19 장기화가 직격탄이 됐다.


전문가들은 환전업의 침체가 구조적인 문제에서 시작된 만큼, 코로나19가 끝나도 소규모 오프라인 점포의 경기가 좋아지긴 어렵다고 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디지털 환전 수요가 늘었던 만큼 이제 상황이 개선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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