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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장애인 정책이 비극되지 않도록"…장애인 가족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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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복지식당'에서 은주(한태경 분)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장애인이 된 동생 재기(조민상 분)를 돌보며 고군분투한다.
일하던 식당에서 해고된 은주는 생계를 위해 아들과 함께 사는 집을 팔아야 하나 고민하기도 한다.
그런 은주의 모습은 돌봄에 종속된 장애인 가족들의 어려움을 그대로 나타내며 장애인 가정을 위협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장애부모단체는 장애인 지원서비스와 정책이 부족해 돌봄의 책임이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데, 생업이 있는 부양자가 장애인 가족을 24시간 보호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의 80% 이상이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애인 돌봄 부담을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대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발달장애인 가정에서의 비극적 참사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남 담양에서는 40대 발달장애인 아버지가 13살 발달장애인 아들과 80대 모친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달 3월2일에는 친모가 발달장애인 자녀를 숨지게 하는 사건이 경기 수원과 시흥에서 각각 발생했는데, 두 가정 모두 한부모 가정이자 기초생활수급가정으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국정과제에 포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삭발식과 기자회견을 열고 ▲낮시간대를 중심으로 한 활동서비스 확대 ▲국민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발달장애인 고용체계 확대 ▲공공임대주택 확보 및 지원 등을 요구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당장 우리(부양자)가 없어지면 우리 (발달장애인) 자녀들은 혼자 이 세상에 지원체계없이 나동그라진다"며 "최소한 낮 동안의 돌봄서비스, 주거서비스 이것만이라도 지역사회 부모형제가 없는 세상에 살게 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무리한 요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단체 삭발에 나선 555명 가운데에는 발달장애인 동생을 둔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있었다.
장 의원은 "오로지 발달장애인을 24시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만드는 게 제가 국회에 들어 간 가장 중요한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며 "2년이 흘렀지만 여러분이 다시 이 자리에 나오셔야 할 정도로 정치를 제대로 못해서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국회에 계류 중인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탈시설지원법 등 장애인 지원 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도 함께 촉구했다.
장 의원은 "많은 동료 의원님들께서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항의의 의미로 동료 의원님들께 여러분과 함께 삭발한 머리를 보면서 우리가 진짜로 지금 해야 하는 일을 상기시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삭발을 한다"고 알렸다.
그는 이어 "반드시 발달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누군가의 가족으로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자유롭게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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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결의대회에는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인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도 참석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에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했지만, 우리에게 무슨 자유와 평등이 있었냐"고 물으며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교육받고, 일할 기회를 갖고, 감옥 같던 거주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관계 맺기를 위해 24시간 지원체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는 최근 우리 사회에 장애인 권리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장애인 예산 확대와 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인연금 인상 등의 성과를 언급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속도가 서로 다를 뿐,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느린 사람을 기다려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장애인들의 이동권에 더 배려하지 못한 우리 자신의 무관심을 자책해야 한다.
차별없는 세상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편견을 넘는 동행이 우리 모두의 삶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수위는 19일 브리핑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와의 경계 없는 사회 구현을 위한 장애인 정책'을 발표했다.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24시간 돌봄 시범 사업을 올해부터 2024년까지 광주에서 진행한다"며 "시범 사업 평가를 통해 2025년에 도입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2023년부터 시내버스는 저상버스로 의무 교체하고,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도입을 확대하는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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