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달 20일부터 24일까지 한국과 일본을 순방한다고 미국 백악관이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은 새 정부 출범 이후 11일만인 내달 21일 열린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한미정상이 만나는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 같이 밝히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순방을 통해 각국 정부와 경제, 국민 사이의 유대를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부터 22일까지 한국을 먼저 방문한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동맹 발전, 대북 정책 공조와 함께 경제안보, 지역적·국제적 현안 등 폭넓은 사안에 관해 깊이 있는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미정상회담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취임 후 최단기간에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51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71일 만에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첫 회담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임기 개시 54일 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은 취임 79일 만에 이뤄졌다.
한미 양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룰 핵심 의제를 놓고 조율에 들어갔다.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최근 비공식 방한해 외교부 등과 현안을 논의한 바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양국 정부가 회담 일정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의제의 세부적인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며 "한미가 각자 의제를 정리하고 또 서로 조율하는 과정을 계속 진행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이 추진하는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최우선 의제로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북한 비핵화 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안보 분야에서는 AI, 퀀텀, 5G·6G, 원자력, 우주, 사이버 등 이른바 ‘뉴프런티어’ 분야와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의약품 등에서의 공급망 협력을 한미동맹의 주요 축으로 격상하자는 내용도 양국 정상회담 합의 문서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을 비롯해 최근 금융시장이 심상치 않은 만큼 한미 통화 스와프 재체결 등이 의제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지역 경제협력 구상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는 요구사항을 회담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배 대변인은 "양국 간 포괄적 전략동맹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역사적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윤 당선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개최해 안보 관계 심화, 경제적 유대 강화, 긴밀한 협력 확대 등 실질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대통령이 첫 동아시아 순방에서 한국을 택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 재단 창립자도 전날 윤 당선인을 접견한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으로 아시아를 순방할 예정인데 그 중에서도 첫 방문지가 한국이라는 점이 아주 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방한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22일부터 24일까지 일본에 머무를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순방 기간 일본에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대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도 개최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방문은 작년 1월 취임 후 처음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과 회동 일정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은 문 대통령에 고별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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