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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K-우먼]인생 관통한 건 '도전'…황정아 "자신의 일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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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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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도전으로 점철된 여성이 있다.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으로 부모님이 자녀 교육에 신경 쓰기 어려웠던 터라, 큰 도시로 나가고 싶던 아이는 공부에 매진해 과학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카이스트(KAIST)에 들어가서는 고등학교 시절 가장 성적을 내기 힘들었던 물리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성적이 나오지 않아 자존심이 상한 데다, 어려워서 꺼리는 도전적인 분야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구체적인 전공은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우주물리학으로 정했다.
인공위성과 같은 물리적인 장치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분야라 무거운 것을 다루고 옮기는 등 체력적 부담이 큰 탓에 지금도 여성이 기피하는 영역이다.
하지만 이 역시 도전했다.
결과는 우주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으로 나타났다.
그는 2003년에 국내 첫 과학기술위성인 '우리별 4호'를, 지난해에는 누리호 탑재 초소형 인공위성 '도요샛'을 우주로 보냈다.
거듭되는 도전에 나선 이 여성은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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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사람들은 자존심을 먹고 삽니다.
" 황 의원은 27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윤석열 정권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여파로 연구자들이 일손을 놓고 있는 모습을 현장에서 목격했다"며 "과학자들의 꺾인 의지를 다시 살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연구 생태계 조성하려면 더 큰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정치계 입문 제안을 받고 두 달간 고민한 끝에 민주당의 6호 영입 인재로 들어왔다.
22대 국회에서는 대전 유성구에서만 5선을 지낸 이상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 맞붙어서 승리를 거뒀다.
황 의원은 국회가 지난달 30일 개원하자마자 국가 예산의 5%를 R&D에 투자하는 '국가 R&D 시스템 재구축 3법'을 대표 발의했다.
황 의원은 "100번 각오한 일이다.
법안 통과가 될 때까지 하겠다"고 강조했다.


-순탄한 인생을 살아온 것처럼 보일 만큼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합니다.


▲누군가는 저에게 '승승장구'했다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저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습니다.
부모님은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계속 일하셨고 조부모님이 저를 맡아서 키웠습니다.
"공부 좀 해라"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을 만큼 교육에 관심 없는 환경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한 건 공부를 좋아하는 학생, 좋은 선생님과 함께 면학 분위기에 있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카이스트도 같은 맥락이에요.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런 신경 안 쓰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 무엇보다 돈도 들지 않았습니다.
한 학기에 등록금은 없고 육성회비 50만원 남짓만 냈어요. 엄마는 농담으로 "아예 안 도와준 건 아니야"라고 하는데 돈이 안 든다는 게 카이스트의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물리학도 마찬가지예요. 카이스트에서 전공으로 물리학을 택하는데 주변에서 말렸어요. "이게 도대체 뭔지 알고 가는 거냐!" 공부하기가 엄청 힘들다는 의미였죠. 하지만 과학의 많은 영역이 있는데 그 중심은 물리입니다.
기본을 섭렵하지 않고는 어떤 것도 쌓아 올릴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고등학생 때 가장 성적이 나빴던 과목이 물리였어요.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해서 자존심이 상했는데 그 감정이 물리학이라는 전공으로 이끌었던 것 같아요. 이렇듯 남들이 피하고자 하는, 희소성이 있는 것을 도전하고 극복하는 게 저의 인생 전체를 꿰뚫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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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든 도전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텐데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중요한 지적입니다.
하지만 별다른 게 없어요. 그냥 버티는 사람이 승리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을 다니고 2학년에 물리학부를 들어갔는데 처음에는 60명으로 시작했다가 졸업할 때는 20명밖에 안 남았습니다.
전국에서 공부를 가장 잘하는 학생만 모였는데 자존심이 상했던 거죠. 이기는 방법은 꾸준하게 계속 반복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과학도 비슷합니다.
과학자의 삶은 매일매일 실패하는 것입니다.
실패를 잘 받아들이고 더 잘 실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4년이고 계속해서 같은 실험을 반복하겠다는 자신감도 있어야 하죠.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소심한 아이'로 그리고 있습니다.


▲정말 소심했습니다.
초등학교 내내 누구한테 먼저 말을 걸어보질 못했어요. 지금 제 모습을 보면 누구든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도 성격유형검사 'MBTI'(마이어스 브릭스)를 하면 외향형이 51%, 내향형이 49% 나옵니다.
많이 노력하는 중이라고 볼 수 있죠.


소심하던 제 성격을 바꿔준 것은 '칭찬'이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생각나요. 제가 항상 쭈뼛쭈뼛하고 다른 사람의 눈을 보고 이야기를 못 하니까 웅변대회에 나가보라고 하셨습니다.
전교생 앞에 서서 발표하는 일은 정말 무서운 일이었어요. 하지만 선생님이 믿음을 주신 덕분에 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비롯해 주변에서 칭찬하니까 자신감이 확실히 붙더라고요.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선순환도 일어났습니다.
청소년기에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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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계에 입문하게 됐는데 과학자로서의 삶과 차이가 있습니까?


▲과학자들이 우주를 계속 연구를 하다 보면 내가 우주의 미물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됩니다.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데 별것 아닌 것 같고 찰나의 시간에 벌어지는 아귀다툼도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어떠한 일도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는 거죠.


하지만 정치인을 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이 안고 있는 문제를 경청할 기회가 많아졌어요. 전세 사기를 당한 분이라든가 건설사로부터 갑질을 당하고 있는 입주자 등이 그 예입니다.
그분들에게 그 문제만큼은 하나의 소우주입니다.
해결되지 않으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인생에서 큰 부분일 겁니다.
지금까지 실험실이라는 공간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연구실 밖 세상이 이렇게 광활한지 몰랐습니다.
하나의 우주가 저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여성으로서 커리어 이어가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저는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당연히 모든 맞벌이 부부가 경험한 문제를 겪었어요. 한국에서 육아하려면 추가 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것조차 보통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와 같은 또 다른 여성의 힘을 끌어다 써야 하죠. 우리 집에서는 시어머니가 감사하게도 육아를 도와줬습니다.
하지만 그런 도움조차 힘들 때면 일하다가 나가서 아이를 보러 갈 때도 빈번했습니다.
연구 세미나를 하던 도중에 유치원에서 나오는 아이를 찾으러 간 적도 있었습니다.
외국에서 온 손님과 대화하고 있었는데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커리어에 문제가 생깁니다.
아이를 낳고 돌아오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직은 1년 이상 쉴 수가 없습니다.
연구직은 계속해서 국내·외 연구자와 연락하고 연구 내용을 최신화해야 하는데 출산과 육아를 하면 그게 끊깁니다.
그리고 나를 대체해 누군가 들어오면 그 사람이 나의 실적을 가져갑니다.
자신의 커리어를 잃게 되는 거죠. 결국 독한 의지가 없어도 육아를 할 수 있는 공적인 제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만약 부모에게 여유가 없을 경우 늦게까지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는 거죠. 아울러 남성이 아이 때문에 육아휴직을 쓴다거나 잠깐 나간다고 해도 용인하는 사회가 돼야 해요. 남성이든 여성이든 육아에 대해 똑같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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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으로서 목표가 있습니까?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망설이지 않는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과학고나 영재고의 똑똑한 학생들이 저에게 물어봅니다.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아무도 물리학을 택하지 말라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전교 1등이 물리학을 선택하면 미쳤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당연히 서울대 의대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죠. 저는 우리나라가 과학 강국이 되면 좋겠습니다.
제가 놓은 돌 하나가 조금 더 멀리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길 바라는데 지금의 일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회 오기 전에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 적이 있습니다.
2007년부터 뛰어다녀 유효화하는 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 문제에만 꾸준히 관심을 가진 국회의원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정치인이 없었어요. 저는 일을 하려는 의지가 매우 충만한 정치인입니다.
어떻게든 일을 빠르게 추진할 겁니다.


-황 의원을 멘토로 삼고 있는 많은 여성에게 주고 싶은 조언이 있습니까?


▲저는 여성 동료나 선후배들에게 '자신의 일을 사랑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스스로 자기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 남편도, 시어머니도 사랑하지 않아요. 내가 이 일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항상 보여줘야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하고 이해해야 다른 사람을 설득할 때 나의 말에 힘이 실립니다.
"내가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신뢰에 늘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했으면 좋겠습니다.


황정아 의원은


제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대전 유성구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카이스트를 진학해 물리학을 전공했고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9년 연속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KWSE) 감사장을 맡았다.
이번 총선에서는 대전 대덕구의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대전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과학계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과학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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