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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K-우먼]"소외되는 삶 없도록" 장애 넘어 나답게, 국회의원 최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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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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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었어요. 그날그날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생활하다 보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답게 산다’는 것에 집중하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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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왼팔과 왼 다리 마비 장애가 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왼팔 마비가 발생했지만, 기적적으로 회복했다.
그러나 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 시절, 의료사고로 인한 척수 손상으로 왼팔과 왼 다리까지 모두 마비됐다.
당시 의사는 장애가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사지마비에 이를 수 있다고도 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그러나 최 의원은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
악조건 속에서도 분명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변호사가 된 후 그는 자신과 같은 의료사고, 산업재해 등을 겪은 사람들의 편에 서기 위해 노력했다.
최 의원은 장애인 인권 향상에도 힘썼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1996년 우리나라가 제1회 루즈벨트 국제장애인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장애인 복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대통령상 훈격의 상이다.


장애가 생기기 이전까지 그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 주류’의 삶을 살았다.
한영외국어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에 입학했다.
장애가 생기면서부터는 모든 일이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장애인으로서 겪게 되는 ‘비주류 삶’의 경험도 긍정했다.
양쪽을 모두 살아보면서 삶은 더 깊어졌다.
자신이 그 결과물이다.
그의 명함 뒷면에는 ‘가장 낮은 곳의 가장 밝은 등불’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장애가 아니더라도 사업 실패, 가정사 등 각각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든든한 내 편이 되고 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생각으로 변호사 생활을 잠시 접고 정치에 입문했다.


-사법연수원 시절이 힘들지 않았나. 심리적으로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했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특수하게 장애가 점점 진행되다가 그 장애가 멈추고 지금의 장애가 남은 상황이었다.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 않나. 그때는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그런 부분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실천하는 데 계속 집중했던 것 같다.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사실은 하나하나가 삶의 도전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부모님과 동생들도 든든한 힘이 됐다.


-너무 담담하게 말씀하시는데, 하루하루 잘 생활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바쁜 여유’라고 할 수 있을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기 자신,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그 여유를 갖고 나답게 산다는 부분에 집중했다.
‘나를 사랑해주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서 하나씩 해봤다.
그런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도 있었고, 실제로 삶이 평온하고 안정되고 행복감을 느낄수록 일도 더 잘할 수 있는 것 같다.
몸이 불편해서 그런 부분을 느끼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몸이 불편해서 어려울 때도 있지만, 안주하는 성격이 아니라 추진력이 좀 강한 성격이어서 소소하게 개선했던 부분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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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피곤하면 정신도 더 피곤해지는데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하다.


△좋은 사람들을 주변에 두려고 한다.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이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변호사 생활은 어땠나.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다양한 손해배상 사건들, 의료사고나 산업재해사고, 교통사고 등 각종 기타 사고에 의해서 사망하거나 장애가 생긴 피해자를 대리하는 업무를 가장 많이 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한 아이가 다이빙을 하다가 척추 손상으로 경추 손상 사지 마비가 되는 사건이 있었다.
배상금을 받아주는 소송 수행을 했었는데, 어떻게 보면 소송은 법적인 부분이지만 아이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 할지, 어떤 꿈을 가져야 할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가족들이 문의하셔서 아이가 원하는 직업의 멘토를 찾아드리고 같이 상의도 했었다.
아이가 사용할 수 있는 보조기기를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면서 그 삶에 같이 함께하는 그런 경험을 많이 했다.
저도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미력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변호사가 아닌 그냥 가까운 지인으로서 함께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에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가족들도 있었고 또 어떻게 보면 제가 맡은 사건에서의 피해자들을 보면서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정치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의뢰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현실을 직시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법조인의 역할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국민적 합의와 갈등 해소,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들까지 해나갈 수 있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또 많은 이들에게 감사한데, 그 감사한 마음만큼 저도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제가 맡았던 업무가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여서 조율 업무를 계속 많이 해왔다.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세심한 조율의 정치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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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국회에 와보니 어떤지.


△변호사 업무를 할 때도 주말에 나와 많은 시간 업무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국회의원 활동은 변호사 업무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걸 많이 느꼈고, 저도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서 열심히 일하려고 한다.


-1호 입법은 어떤 내용으로 준비하고 있나.


△장애에 관련한 영향평가나 장애인지 예산 같은 부분이 논의만 됐을 뿐 실제 법 개정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성별 영향평가나 성인지 예산 등이 10년 넘게 반영되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은 아직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이 같은 제도 덕에 많이 개선되기도 했다.
성 주류화와 비슷한 개념으로 장애 주류화 관련 내용을 1호 법안으로 준비하고 있다.
정보 접근권이나 이동권, 시설물 접근권 등 포괄적 접근권도 국제적 기준에 맞춰 개선하고 싶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나.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그 변화의 시기가 얼마나 빠를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큰 변화가 예고돼 있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분명 누군가는 도태될 수 있고 불안할 수 있다.
직업을 잃거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을 수 있고, 그 속에서 소외되는 이들 역시 있을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생기더라도 너무 힘겨워하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를 계속 고민하고 그것들을 정치로 풀어내고 싶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그들의 편에서 사회적 안전망이 되고 실질적으로 누구나 행복한 삶, 평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서 온기가 되고 싶다.
이것이 모든 국민에게까지 미칠 수 있는 등불이 되고 싶다.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성으로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있더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면서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미래를 꿈꾸며 희망을 가지면 좋겠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


최보윤 의원은


제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됐다.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후 손해배상 전문변호사로 활동했다.
국회에 오기 전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성남시 장애인권리증진센터 고문 및 운영위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장애인권익지원단 위원, 법무부 인권정책자문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힘든 시절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준다는 것만으로도 위안받았다는 최 의원은 자신도 그런 위안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는 정책과 법안으로 많은 사람의 삶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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