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포마상을 떼고도 잘 싸운 삼성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한국 시리즈 11번째 준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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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팀의 ‘차포마상’에 해당하는 선수들이 차례로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그래도 단기전은 ‘미친 선수’가 나오면 객관전 전력의 열세를 엎어누를 수 있기에 일말의 희망은 걸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1986년, 1987년, 1993년에 이어 또 한 번 타이거즈 군단에게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2015년 이후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준우승이라는 결과를 마주해야 하는 삼성 라이온즈 얘기다.
삼성 원태인(왼쪽), 구자욱. 뉴스1 |
1회 디아즈의 투런포와 김영웅의 솔로포로 ‘백투백 홈런’을 만들어내고, 디아즈가 3회 또 한 번 투런포를 때려내며 5-1로 앞서나가며 KIA 선발 양현종을 마운드에서 쫓아낼 때까지만 해도 시리즈를 6차전으로 끌고가는 듯 했다.
지난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3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삼성 디아즈가 투런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28일 오후 광주 북구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 삼성 구자욱이 4회말 2사 만루 상황을 무실점으로 마친 삼성 구원투수 김태훈을 맞이하고 있다. 뉴스1 |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회초 2사 상황에서 삼성 김영웅이 솔로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결국 5-2로 앞선 5회 우완 김태훈이 최형우에게 솔로포를 허용한 뒤 연속 볼넷으로 1사 1,2루에 몰리자 박진만 감독은 김윤수 카드를 꺼냈다.
LG와의 플레이오프 때부터 제구 불안이 고질병인 김윤수의 사용법에 대해 “최대한 볼넷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김윤수 카드를 쓰려고 한다”고 말했던 박 감독이지만, 패하면 뒤가 없는 상황에 몰리자 구위 하나는 삼성 불펜 내에서 최고인 김윤수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나섰다.
박찬호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2사 1,3루를 만들며 위기를 넘기는 듯 했던 김윤수는 김선빈에게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에 몰렸다.
다음 상대는 올 시즌 최고의 타자 김도영. 빠른 공에 워낙 강한 김도영이기에 빠른 공 대신 슬라이더 위주로 승부했지만, 김도영은 존에 들어오는 슬라이더는 커트해내고, 존을 벗어나는 슬라이더는 골라내며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내며 밀어내기 타점을 올렸다.
주자 1명만 들여보냈으면 좋았으련만 김도영에게 던진 9구째 슬라이더는 폭투가 됐고, 발 빠른 2루 주자 박찬호마저 홈을 밟으며 5-5 동점이 됐다.
삼성 강민호. 뉴스1 |
결국 6회 김태군에게 내야안타 적시타를 맞아 5-6 리드를 허용했고, 8회 박찬호에게 좌중간 담장 직격 적시 2루타라는 K.O 펀치를 맞고 쓰러졌다.
양현종을 잘 공략했던 삼성 타선은 줄줄이 나오는 KIA의 벌떼 불펜 앞에서는 단 1점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삼성의 9번째 우승 도전은 물거품이 됐다.
18번의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이긴 것은 7번. 한국시리즈 최다 진출 기록은 빛나지만, 한국시리즈 최다 준우승은 이번에 하나를 더 추가해 11회가 됐다.
한국시리즈 진출 12회에 12번 우승을 거머쥐며 ‘한국시리즈 불패신화’를 자랑하는 KIA를 상대로 패했기에 그 아픔은 더욱 쓰라렸다.
스포츠에 ‘만약’이라고는 없지만, 100% 완전체 전력으로 맞붙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삼성의 2024 한국시리즈였다.
정규시즌 외국인 에이스 역할을 해준 코너 시볼드는 시즌 막판 당한 부상으로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모두 들지 못하며 가을야구에서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타율 0.343(493타수 169안타) 33홈런 115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기록을 낸 팀내 최고타자 구자욱은 플레이오프 2차전 1회 도루 과정에서 다친 무릎부상으로 한국시리즈에서는 한 타석도 서지 못했다.
26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KIA 공격 3회초 만루 위기에 몰린 삼성 선발 원태인이 숨을 고르고 있다. 뉴스1 |
프로 데뷔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안방마님’ 강민호도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5차전에서는 벤치만 지켜야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실시한 연습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백정현과 정규시즌 부상을 당한 우완 불펜 최지광까지. 삼성은 한국시리즈 막바지에는 차포마상뿐만 아니라 사(士) 2개까지 떼고 경기에 임해야 했다.
기적을 바라기엔 KIA의 전력이 너무나 강했다.
5차전을 마친 뒤 박진만 감독은 “아쉽게 준우승을 하게 됐다.
선수들이 1년 간 하위권 분류 속에서도 악착같이 해줬다.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선수들이 앞만 보고 달려줘서 감독으로서 너무 고맙다”라고 총평을 남겼다.
삼성 박진만 감독. 뉴시스 |
박 감독은 “그래도 젊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신구조화가 잘 됐다”면서 “내년 시즌 과제는 불펜 보완이다.
1년간 장기레이스를 치르면서 불펜의 안정되야한다는 것을 느꼈다.
선발쪽엔 좋은 투수들이 많다.
불펜을 재정비해 내년에도 좋은 성과를 내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은 8회 2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한국시리즈에 한 타석도 소화하지 못한 구자욱의 대타 카드를 고려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이재현을 그대로 타석에 냈고, 이재현은 유격수 플라이아웃으로 물러났다.
박 감독은 “구자욱은 올해만 야구하고 그만둘 선수가 아니다.
그 타석 때문에 큰 부상을 얻으면 장기적으로 선수생활에 지장이 갈 수 있어서 구자욱의 기용은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구자욱이 올 시즌 주장을 맡으면서 고참과 어린 선수들의 중간에서 선수단을 잘 이끌어줬다.
구자욱이 가장 고마운 선수다”라고 덧붙였다.
광주=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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