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잠실돔 구상, 어이없는 더블헤더…팬과 선수에 대한 ‘존중 배려 상식’ KBO리그에 없는 세 가지[장강훈의 액션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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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노이즈 마케팅인가?
최근 KBO리그를 둘러싼 이런저런 잡음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프로스포츠라면 당연히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할 팬은 안중에 없고, 이런저런 명분을 앞세워 잇속만 채우려는 욕심이 눈꼴 사납다.
정치권이 프로 스포츠를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40년 넘은 구태다.
여전히 그 아귀 속에 놀아나고 있는 점도 어처구니없는데,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는 행태를 자행하는 꼴이 가관이다.
눈길을 끌기 위한 고도의 노이즈 마케팅 전략이라면, 성공했다고 말할 법하다.
잠실구장을 돔구장으로 바꾸겠다는 서울시 발표는 사실 뉴스가 아니다.
LG와 두산이 건립비 일부를 충당하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인천 청라돔에 이어 잠실돔이 들어설 것이라는 건 야구계에선 더이상 비밀이 아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포함해 3개의 돔구장을 완성하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라운드 개최 등 국제대회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도 이미 마쳤다.
KBO 허구연 총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몇 차례 회동하며 잠실에 돔구장을 건립하고, 새 구장 건설까지 종합운동장을 임시 구장으로 쓴다는 데 공감했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 그런데 서울시는 지난 18일 안전상의 문제로 종합운동장을 대체구장으로 사용하는 것을 백지화했다고 발표했다.
야구계의 반발은 불보듯 뻔한 일. KBO와 LG 두산 모두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종합운동장을 대체 야구장으로 임시사용하려면 꽤 복잡한 설득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떠오른 탓이다.
육상 트랙을 갖춘 곳이어서 육상계를 납득할 만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잠실구장은 2025시즌 후 철거 수순에 돌입한다.
아직 2년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그 사이 총선이 열린다.
잠실 스포츠 마이스 공사를 시작하면, 대선 국면에 돌입한다.
서울시장의 다음 행선지는 대게 대통령실이다.
총선과 대선 사이 시작하는 대규모 스포츠 시설 공사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가능한 먹잇감이다.
국민통합이라는 미명을 앞세워 얼마든지 입장을 바꿀 시간이 된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1000만 서울시민과 800만 야구팬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통큰 결단을 내렸다”는 식의 치적이 가능하다.
2년이면 육상계가 납득할 만한 대체구장을 마련하고, 안전이 문제라던 동선도 여러 방법을 해소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라는 의미다.
계획 수정 발표 시점에 벌써 관심이 쏠린다.
정치인은 발언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메시지다.
이번 깜짝 발표가 선거와 만나 어떤 식의 변주를 일으킬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물론 본격적인 선거철이 시작되면, 잠실 대체구장 이슈는 논외로 밀려난다.
KBO도 잇단 실책으로 신뢰를 잃고 있다.
지난 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더블헤더 2차전은 세 시간 넘게 기다렸다가 재개했다.
열악한 구장 환경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면 대성공. 그러나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29년 만에 대권에 도전하는 팀은 74분 중단 후 강우콜드 선언했다.
대항마인 팀은 세 배가 넘는 240분을 기다렸다.
형평성 운운하며 홈 경기 취소가 한 번도 없었던 키움에게 더블헤더를 강요한 KBO의 행정력을 고려하면,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보다.
KBO 역시 올시즌 후 자체 대선을 치른다.
재선과 교체라는 변곡점에서 사무국을 둘러싼 여러 루머가 양산되는 중이다.
더구나 올시즌 후에는 중계권 재계약 이슈도 있다.
이슈를 이슈로 덮는 건 선거 전략의 기본. 그럴 역량이 있느냐와 별개로 외부에서 바라보는 KBO의 잇단 실책은 변화와 안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으로 비치기 충분하다.
어디에도 팬과 선수를 위한 배려와 존중은 찾아볼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린 집단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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