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는 홈런과 삼진으로 멈추고 KBO리그는 볼넷으로 멈춘다[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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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생동감이 없으면 경쟁력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대부분의 스포츠는 보다 빠르게 경기가 흘러가도록 규정을 개정한다.
메이저리그(ML) 또한 투구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클락, 범타 확률을 높이는 시프트를 금지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마이너리그부터 시범 적용한 후 ML에도 도입할 계획이다.
원인은 뚜렷하다.
홈런과 삼진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인플레이 시간이 줄고 있다.
투수가 공을 던지고 타자가 타격하고 야수들이 수비하고, 주자가 뛰는 역동적인 모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흔히 홈런을 야구의 꽃이라고 하고, 위기 상황에서 투수가 만들어내는 삼진에 관중들이 환호를 보내지만 플레이의 다양성이 사라지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집중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야구를 시청하는 모든 사람들이 포수의 리드와 투수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지는 않는다.
경기가 단조롭게 흘러가면 흥미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숫자가 이러한 변화를 말해준다.
2010년 ML 전체 홈런수는 4613개, 삼진수는 3만4306개였다.
하지만 9년이 지난 2019년에는 홈런 6776개, 삼진 4만2823개가 됐다.
체형과 관계없이 큰 타구를 날리는 타자들이 급증했고 투수의 구속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결과다.
반면 타자들의 평균타율은 2009년 0.262에서 2019년 0.252로 떨어졌다.
도루 숫자 또한 2009년 2970개에서 2019년 2280개로 내려갔다.
단타로 출루하고 도루로 찬스를 만드는 것보다 장타를 날리는 게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승리를 향한 접근법이 바뀌었다.
그런데 KBO리그는 또다른 이유로 인플레이 시간이 줄었다.
지난해 4년 만에 가장 높은 9이닝당 볼넷(3.74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4.55개(76경기가 진행된 지난 21일 기준)로 KBO리그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9이닝당 볼넷이 4.50개를 돌파했다.
볼넷이 늘어나는 만큼 투수 교체가 빈번해지고 투수가 많이 나올수록 경기가 늘어진다.
그라운드 위에 야수는 물론 관중 혹은 시청자가 느끼는 심리적 피로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ML는 지난해부터 빈번한 투수 교체에 따른 경기 시간 증가를 막기 위해 투수가 타자 3명 이상을 상대해야 하는 ‘스리 배터 미니멈’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이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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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고 볼넷 비율 또한 얼마든지 줄어들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초유의 10구단 전체 국내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면서 투수들의 페이스가 늦게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3월들어 실전에 돌입했는데 첫 실전부터 2주 가량 늦었다.
투수들의 투구수도 예년에 비해 3분의 1 이상이 줄어든 채 정규시즌에 돌입했다.
투구 감각이 떨어진 상태로 시즌을 맞이한 만큼 제구 문제와 마주할 확률이 높다.
KBO리그 역사상 9이닝당 볼넷 숫자가 4개를 돌파한 시즌은 총 두 번 있었다.
2001년 4.15개, 2009년 4.09개를 기록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시즌 초반 볼넷이 많았다가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KBO리그 총 40시즌을 돌아보면 75경기 내외를 소화한 시점에서 6차례 9이닝당 볼넷 4개가 넘어갔다가 4개 미만으로 시즌이 종료됐다.
올해 4.55개는 75경기를 내외를 소화한 시점에서 최대치지만 경기를 거듭하며 줄어들 가능성은 충분하다.
1991년의 경우 74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4.34개였지만 시즌 종료 후에는 3.69개가 됐다.
2015년에도 77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4.29개였지만 시즌 종료 시점에서는 3.70개로 줄어든 바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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