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티아 지구연방군 고속구축함 타케미카즈치-chapter6-
작성자 정보
- 작성자 슈어맨스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조회 47,042
본문
브릿지 안은, 얼음을 이마에 댄 사크야를 정점으로, 싸늘한 공기에 휩싸여 있었다.
키리에, 시린은 물론 케라까지 사크야의 표정을 힐끔거리면서 자신의 업무를 하고 있
다.
그 뒤에 깨어난 사크야는 시트리들을 심하게 꾸짖고 키리에들의 성적기호의 이상함을
비난한 후, 가련한 소년인 시트리군이 불쌍하게 울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사랑에 대해
신부님 같이 설교하더니, 휴일은 취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브릿지에는 전원이 모여 있었다.
「아, 저, 사크야씨」
패널을 조작하고 있던 시린이, 조심조심 말했다. '찌릿' 하고 사크야가 시선을 향했
다.
「뭐죠?」
그 시선에 몸을 움츠리면서 시린이 말을 이었다.
「에에……엔진 룸에 미확인 반응이 있습니다. 검출은 3분전입니다」
「 어째서 빨리 말하지 않는거죠. 3분동안 뭐하고 있었던거에요?」
시린은 우물쭈물거리다 '사크야씨에게 말을 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한숨을 쉬며 사크야가 지시를 내렸다.
「시트리군, 일단 갔다 와 줄래?」
「네, 알겠습니다」
브릿지의 이 공기로부터 개방되기 위해서라면, 평생 엔진 룸에 살아도 괜찮다는 생
각이 들었다. 시트리는 쾌히 승낙하고 일어서, 엔진 룸으로 향했다.
전체 길이 300미터의 타케미카즈치의 공간 대부분이, 바리어와 엔진을 위해서 사용
되고 있다. 종래 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것 같은 기관은, 모든 것이 영력 기관
에 의해 운용되고 있었다. 게다가 바리어, 엔진 모두 세기나 있어서, 통상의 항행에서
는 1기 밖에 사용되어 있지 않는다고 하니 이 장대한 크기가 쓸데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엔진은 함의 심장이다. 기내에서 가장 깊은 곳에 엔진 룸이 있었다. 잠깐 여유롭게
쉬다가 갈 작정으로, 시트리는 천천히 거대한 그 곳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새 알처럼 보이는 메인 엔진이, 낮은 진동음을 울리고 있었다. 그것의 양 옆
에는 검고 이상한 형태를 한 엔진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이름을 기억해 내려고했지만
생각해 내지 못하고, 시트리는 중얼거렸다.
「서브 엔진의……이름이 뭐더라」
「 [사쿠이카즈치(析雷)]와 [후스이카즈치(伏雷)]다.」(*번주)
설마 혼잣말에 대답이 나오리라고는... 시트리는 깜짝놀라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뒤
돌아 봤다. 시트리의 오른쪽 조금 떨어진 울타리에 기대어 한사람의 남자가 엔진을 응
시하고 있었다.
「니기하야미(邇芸速水), 오오하가리(大葉刈), 사쿠이카즈치, 후스이카즈치, 이 네개
가 동시에 가동했을 때, 타케미카즈치는 그 진정한 모습을 나타내게 된다」
「누, 누구?」
「밀항자다, 소년」
남자는 얼굴을 시트리를 향하며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빈정대는 듯하면서, 댄디즘
이 있는 미소다. 밀항자라고 말한 것에 비해서, 입고 있는 옷은 시트리와 같은 연방
함대의 갈색에 가까운 다크 레드의 쟈켓이다. 나이는 사크야보다 조금 위 정도로 생각
되었지만, 턱에 자란 지저분한 수염때문인지, 아래로 쳐진 듯한 눈꼬리 때문인지, 나
이 이상으로 늙어보이는 인상이었다. 머리카락은 키리에와 같은 빛나는 은발. 그것을
부스스한 느낌으로 자르고 있었다.
시트리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한번 더 같은 질문을 했다.
「에~또 누구십니까?」
「이름은 토우키=나샤. 잘 부탁해, 시트리군」
「에? 어떻게 내 이름을.」
「너는 좀 더, 자신의 운명에 대해 흥미를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토우키라 자칭한 남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시트리의 옆까지 걸어 와
손을 내밀었다. 우선 적은 아니라고 판단한 시트리는 그 손을 잡고 흔들었다. 생각했
던 것보다 크고 두꺼운 손바닥이었다. 시트리보다는 20센치 정도 키가 커보였다. 얼굴
을 보기 위해서는 올려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언제, 여기에?」
그것은 당연한 의문이었다. 우주 공간을 헤엄쳐 와서 탈 수는 없지 않은가.
「전에 너희들이 보급을 받았을 때. 이제 곧 2주쯤 지났나? 솔직히 빨리 찾아내주길
바랬는데. 내 쪽이 신호를 보내지 않아도 괜찮게 말야, 좀 더 경비를 강화해야 해.」
2주동안, 여기에 숨어 있었다고 하는 것인가. 토우키는 어깨를 으쓱하곤 '브릿지로
가자며 앞서 걷기 시작했다. 시트리는 당황해서 그 뒤를 쫓아갔다.
「어째서 숨어 있었죠? 토우키씨. 지금에서야 나오다니 이상해요」
토우키가 위험해 않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지만, 뭔가 알 수 없는 분위기 때문인
지 신뢰 할 수는 없었다. 기 죽은 기색도 없이, 토우키가 대답했다.
「타이밍때문이야. 겨우 명령이 나왔으니까」
그 뒤로 말없이 두사람은 브릿지 입구에 도착했다. 앞 서가든 토우키는 시트리의 등
뒤에 섰다. 시트리는 어떻게 보고해야할지 난감해하면서 브릿지안에 발을 들였다. 기
척을 느낀 사크야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수고했어요. 뭐였죠?」
「에~또……뭐라고 말해야 할지지, 그러니까, 침입자였습니다」
「침입자!」
사크야가 경악성을 지르며 일어섰다. 시트리의 뒤에서 머리를 긁으면서 토우키가 말
했다.
「아∼, 이런. 좀 더 근사하게 소개 할 수 없는 거야?」
「그 목소리는--」
그제야 토우키는 모습을 나타냈다. 한 손으로 벽을 집고, 다른 한 손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어이. 모두 , 오래간만이야」
「돌아가! 나가! 이 배반자!」
사크야가 터트린 첫마디는 그것이었다. 근처에 혹시 베개라도 있으면, 내던질 듯한
기세다. 예상하고 있었던건지, 토우키는 남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미소가
깊어질 뿐, 동요하지 않았다. 가슴 속에서 카드처럼 생긴 전자 장치를 꺼내더니 그것
을 내밀어 보였다.
「연방군에서의 명령이다. 오늘 오후 3시 부로, 나는 타케미카즈치의 부조타수로 배속
되었다. 돌아가라고 말해도 돌아갈 수 없다는 얘기지.」
「그런, 거짓말」
사크야가 멍하게 말했다. 키리에와 케라는 벌레 씹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또 잘부탁해」
한쪽 눈을 감아 윙크하며, 토우키는 하나 비어 있는 콘솔로 가서 제멋대로 앉았다.
시트리는 어쩐지 소외된 듯한 기분을 느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옆에 있던 케라
에게 속삭여 물었다.
「……괜찮으면, 설명해 주지 않겠습니까?」
「……실은 1년전까지, 저 남자가 이 함에 타고 있었어. 조타수로서. 내가 그 보좌였
어. 그렇지만 사실은 첩보부의 감시역이었어. 애인이었던 사크야, 사촌인 키리에를 배
신하고」
「――!」
「저 남자가 여기에 있던 이유는 세개야. 암살 부대를 그만둔 키리에에게도, 첩보부에
서 해고된 나에게도 감시가 필요했어. 또 하나는 사크야에게 가까워지기 위해서였던
것 같지만, 그거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몰라. 마지막 하나는--」
「키리에를 죽이기 위해서야, 시트리군」
듣고 있던 것 같다. 정말 터무니 없는 소리를, 토우키가 말했다.
「양부모였던 스승님을, 키리에가 죽였으니까. 그렇지만 뭐, 이번엔 그건 봐준다. 임
무가 있으니까」
시트리는 키리에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것을 눈치챈 키리에가 눈을 돌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키리에가 사람을, 게다가 양부모였던 사람을 죽였어?
그것을 마지막으로, 브릿지는 죽음과도 같은 침묵이 감돌며 일이 끝날 때까지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때때로 토우키에 시선을 보내면 콘솔은 사용하지도 않고 자기 소
유의 소형 컴퓨터같은 걸 다루고 있었다. 그 옆 얼굴은 아무런 근심도 없어보였다.
갑자기 기운이 없어진 사크야가 야근을 신청하자 일동은 일을 끝낼 시간이 되어 해
산했다. 토우키는 시트리 옆의, 창고처럼 되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원래 자신의 방
이었다고 한다. 밤이 깊어도 시트리는 잘 수 없었다. 생각 이상으로, 토우키의 존재와
과거 이야기는 시트리에게 동요를 주고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시트리는 결심을 하고 방을 나왔다. 토우키에게 이야기를 듣지 않
고는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았다. 가운을 걸치고, 그의 방 앞으로 가 인터폰
을 눌렀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벌써 자고 있을 것이다. 괴로운 기분을 주체 못하고 시트리
는 브릿지로 향했다. 야근하고 있는 사크야하고라도 조금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
했다.
「응……. 그만해. 으윽」
입구 근처까지 왔을 때, 안에서 억지로 참고 있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 시트리는 걸
음을 멈추었다. 튀어나올 듯 벌떡이는 심장을 무심코 손으로 누르며 살그머니 안을 들
여다 봤다.
「그렇게 말하면서 너의 피부는 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운데?」
토우키가 사크야를 뒤에서 안고 있었다. 왼손은 턱을 잡고, 오른손은 제복의 틈 사이
로 교묘하게 비집고 가슴으로 들어가 있다. 턱을 뒤를 돌려 토우키는 사크야의 입술을
들이마셨다. 저항하던 사크야의 손이, 천천히 힘을 잃어 갔다. 얽힌 입술이 떨어지고
사크야가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쁜 남자」
「나쁜 정도가 아니라 최악이지. 사크야 나는 너를 이용하기 위해 가까워지고 그리고
버렸어.」
변함 없이, 토우키의 입가에는 그 미소가 떠올라 있다. 그것은 시트리를 몹시 불안
하게 했다.
「사실은 알고 있었어. 당신이 나에게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접근했던 것은. 그리고
정말로 사랑해 준 것도 알았어. ……그렇지만 왜? 어째서, 그 때--」
「나는 도망쳤어.」
일순간, 토우키로부터 미소가 사라졌다.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너의 운명으로부터도. 하지만 이번은 달라. 모든 걸 청산 하
기 위해, 여기에 돌아왔어. 용서해 달라고는 하지 않아, 사크야. 하지만 이해해 줘」
그 눈을 응시하고 그리고 사크야는 눈썹을 닫았다.
「……당신은 변하지 않았어. 그렇게 언제나, 나의 마음을 파헤치고 어지럽혀.」
「――너는 변했어. 조금 더, 여자다워졌어.」
토우키의 오른손이 사크야의 가슴 속에서 움직이자 사크야는 뜨거운 한숨을 내뱉었
다. 토우키의 혀가 목덜미를 핥자, 사크야는 손가락을 떨며 헐떡였다.
「……하……」
토우키는 사크야의 몸을 돌려, 함장석의 콘솔에 꽉 눌렀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제복
의 단추를 끄르고, 그 안의 셔츠도 벗겨내, 브래지어를 노출시켰다.
「……변함 없이, 예쁜 가슴이야.」
사크야의 젖가슴은 둥글고 풍만하게 부풀어 감색의 브래지어에 싸인 채 연분홍색으
로 상기되어 있었다. 그 골짜기에 토우키는 얼굴을 묻어 '딸깍', 하고 이빨로 브래지
어를 떼어냈다. 프런트 후크식이었던 브래지어는, 복숭아가 갈라지듯이 좌우로 열려,
그 안의 과실을 드러냈다.
「좀 더, 큰 컵을 쓰는 게 어때? 너무 꼭 끼는 것처럼 보이는데」
「바보, 내버려 둬. 앗」
토우키는 그 정점에 있는 돌기를 입에 넣었다. 그것을 몇차례 굴린 것만으로, 사크
야는 체념한 것처럼 가늘게 눈을 감고 콘솔 위에 누웠다. 황갈색 머리카락이 스르륵
흘러 내려 모래처럼 콘솔의 가장자리로 떨어졌다.
두사람은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은 무엇을 해야 할지 서로의 타이밍까지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충분히 사크야의 유두를 맛본 토우키는 콘솔·체어에 앉
아 바지의 지퍼를 내렸다. 그 앞에 무릎을 꿇은 사크야가, 스스로 그 속에 손을 넣어
단단하게 흥분한 것을 꺼내, 안개 낀 듯한 눈으로 잠시 바라보다가 입에 넣었다.
그 사크야가 남자의 가랑이 사이에 들어가 고간을 빨고 있다. 그것은 평상시의 싸늘
한 얼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트리에게 흥분같은 것은 없었다
. 반대로 소중히 여기던 것이 사라져 버린 듯한, 슬픔과도 같은 감정이 마음속에서 파
도를 일으켰다.
잠시 후에 토우키는 일어서서, 다시 콘솔 위에 사크야의 몸을 실었다. 그 후엔 콘솔
에 그녀를 앉게 한 뒤, 재빨리 스커트를 다리 위로 걷었다. 사크야는 콘솔에 앉아 양
손을 뒤로 집어 몸을 받친 뒤, 한 껏 다리를 벌렸다. 그 스커트 속으로 토우키가 얼굴
을 묻었다. '아앗', 하고 신음하며, 사크야는 허벅지로 그의 얼굴을 조이며, 고개를
하늘로 젖혔다. 발에서 하이힐이 떨어져, 털석 바닥을 뒹굴었다.
더이상 견딜 수 없게 된, 시트리는 시선을 떼고, 입구의 벽에 등을 기댔다. 밤새도
록 켜져 있는 전등이 빛을 발하는 '지잉' 하는 소리가 오래도록 귓가를 맴돌았다.
심장이 고동을 칠 때마다, 쥐어짜는 것처럼 아팠다. 이윽고 브릿지 안에서는, 옷이
스치는 소리와 사크야의 한숨 같은 헐떡임이 낮게 흘러 왔다. 그것을 들으면서, 뜨겁
고, 괴로워서, 가슴을 강하게 조이는 것 같은 이 감정은 무엇일까하고 생각했다.
그것이 질투라는 걸 시트리는 끝내 깨닫지 못했다.
브릿지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게 되고, 잠시동안 속삭이는 것 같은 대화가 들린
후, 발소리가 시트리가 있는 입구로 향해 왔지만, 시트리는 거기에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일단 그냥 지나간다면 알아채지 못할 사각에 서 있었지만, 토우
키는 딱 그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나에게 묻고 싶은 게 있겠지?」
전반을 보고 있을 뿐 시선은 시트리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여기에 있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시트리는 작게 '네' 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너의 방에서 실례좀 해도 괜찮을까. 내 방은 아직 창고라서.」
사크야에게는 들리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말한 토우키는 대답도 듣지 않고 걷기 시
작했다. 시트리는 그의 뒤를 그에게 안내 되듯이 따라갔다.
시트리의 방에 들어가자, 토우키는 마치 자신의 방인 것 처럼 침대에 앉았다. 시트
리는 의자를 당겨 와 그 앞에 앉았다. 그와 동시에 토우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시트리군. 너는 사크야를 좋아하고 있나?」
「엣!」
돌연 그런 질문을 받자 시트리는 완전히 기선을 제압당해 당황했다. 좋아하냐 싫어
하냐 둘 중에 선택을 하는거라면 틀림없이 좋아한다고 하겠지만, 토우키는 그런 의미
로 물은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랑하고 있는 거 아냐?」
「잘……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봐도, 정말로 알 수 없었다. 마음 속은 낮부터 계속되는 사건에 흐트러져 있
어, 거기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토우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양손을 모아 무릎 위에 올리고 몸을 굽혀 시트리의 얼굴에 가까이 댔다. 입가에는 그
특유의 미소는 없었다. 진지한 얼굴의 토우키는, 표정 하나로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
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미남자로 보였다.
「그런가. 너는 아직, 연애를 해본 적 없지. 타인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좀 석연
치 않을지도 모르지만, 너는 분명 사크야를 사랑하고 있어. 나도 또한 그녀를 사랑하
고 있어. 그래서 아는 거야.」
사랑하고 있다. 사크야를 사랑하고 있다.
그것은 자기 자신도, 갑자기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브릿지에서 멍하
게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면 항상 사크야를 응시하고 있었다. 척척 움직이는 그 모
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행복감을 느꼈다.
그것은 동경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크야는 그 우수함 뿐만 아니라, 미모로
도 일약 세계가 열광하는 존재였다. 여성 잡지 뿐만이 아니라, 그라비아잡지에서도 특
집이 짜여진 적도 있다. 배를 타는 것을 동경하고 있던 시트리에게 있어, 그 존재는
신화와도 같이 머릿속에 새겨져 있었다.
그것 때문. 그것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랬을 걸까?
토우키가 말하는 대로, 사랑이라는 걸 시트리는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고 하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몰랐다. '이게 만약 사랑이라고 하는 감정
이라면' 시트리의 심장은, 갑자기 빨리 뛰기기 시작했다.
아마 망연한 표정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토우키가 쓴웃음을 짖고, 말했다.
「깨달은 거냐.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너와 나는, 라이벌이다. 연적이라고도 하지.
어느 쪽이 사크야의 하트를 획득할 수 있는지, 승부하지 않겠니.」
「그런, 무리에요」
무심코 시트리는 웃었다. 옛 애인인데다 지금도 몸을 허락하는 존재인 남자에게, 맞
겨룰 수 있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우키는, 평소의 미소를 입가에 띠면서 어
깨를 으쓱했다.
「아직, 원래의 관계로 돌아온 건 아냐. 너에게도 찬스는 있어」
이상한 남자였다. 시트리는 처음으로, 토우키를 조금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
트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진지한 승부, 서로 원망하기 없기에요」
「아, 약속이다. 남자와 남자의, 」
시트리와 토우키는 서로의 주먹을 맞부딪히며 맹세했다. 토우키가 일어서서 말했다.
「어쨌든 라이벌, 나는 목욕하고 싶어. 기념으로 함께 어때? 네가 묻고 싶었던 건, 거
기서 물어 봐. 뭣하면 내일도 있으니까」
시계는 오전 3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시트리는 이미 목욕을 한 뒤였지만 고개를 끄
덕였다.
목욕탕은 거주구역의 계단을 내려 가면 바로 있었다. 남녀의 구별은 없지만, 사우나
까지 딸린 제대로 된 곳이다. 네 다섯사람이 들어가도 괜찮을 정도로 욕조는 여유가
있었고, 몸을 씻는 세면대도 몇사람 분이 있다.
탈의소에서 옷을 벗고 토우키가 먼저 욕조로 향해 갔다. 시트리도 알몸이 되어 그
뒤를 쫓았다. 뜨거운 물은 엔진의 남은 열로 끓이거 있기 때문에, 24시간 언제라도 들
어갈 수가 있었다.
「솔직히, 지금의 너는 나에게 승산은 없겠지만--」
욕조에 몸을 담그며 토우키가 약간 시트리를 낙담시키는 말을 했다. 시트리는 조금
떨어져 뜨거운 물로 들어갔다.
「다만 한가지, 내가 지고 있는 것 같아.」
시선을 내려 시트리의 고간에 시선을 향했다. 그것을 깨닫은 시트리는 붉어져 타올
을 허리에 둘렀다. 이런 걸로 이겨도 전혀 기쁘지 않다. '나도 작지는 않아' 하고 토
우키가 투덜거렸다.
「으로, 결국무엇이 묻고 싶었어. 사크야에 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할 건 없어. 첩보부
이야기라면, 그 두 사람은 벌써 감시 대상에서 빠졌어.」
「키리에씨입니다」
시트리가 말했다. 토우키의 얼굴에 다시 진지한 표정이 머문다.
「양부모였던 사람을 죽인 게, 사실입니까?」
「……아」
끄덕이는 순간, 토우키의 눈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무서운 빛을 띠었다.
「첩보부에서 알았어. 나와 키리에는 고아였어. 각자의 재능을 파악하고, 고아원에서
꺼내 준 사람이, 스승이었어. 그 사람이 없었으면 지금의 우리들은 있을 수 없어. 생
각해 보면--」
하고 토우키는 과거를 다시 떠올리듯이, 목욕탕의 천정을 올려보았다.
「그 사람은, 머지않아 자신의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우리들을 주웠던 걸거야 연방
의 암살 조직의 사범역이었던 그 사람은, 실은 테러리스트였어. 그러니까, 훈련을 종
료한 키리에에게 내려진, 조직으로부터의 최초의 임무는, 그 스승을 암살하는 거였어.
조직은 이미 알고 있었어. 나는 스승의 죽음을 쫓는 동안에, 그 지령의 존재를 알아
냈어.」
「……그 스승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무엇인가의 사이 차이라면 좋다. 그렇게 기대를 담아, 시트리는 신 있었다.
「……지령서가 발행된 일자의 다음날, 도장이 폭파되어 죽었어」
「…………」
「키리에가 옳았다고는 생각해. 사후에 발견된 스승의 계획은, 연방을 전복시키는 위
험한 것이었어. 하지만, 나는 용서할 수가 없었어. 스승을 죽인 놈을 찾아내, 내가 죽
이겠다고. 스승의 죽음을 알았을 때, 그렇게 맹세했어. 그 범인이 우연히, 키리에였을
뿐. 그래서 그녀석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담담하게 말하는 토우키의 어조는, 어딘가 피곤한 것 같았다. 벌써 여러번 자신의
마음 속에서 반복한 말이었던 것일 것이다. 지금까지 틈이 없을 정도 이론적인 말만
하는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것에는 어딘가 논리를 빠뜨린 부분이 있다는 생
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찾아냈다고 해도, 시트리로서는 무어라고 할 수 있는 말
이 없었다.
「감상은?」
이상한 말을 토우키가 물었다. 시트리는 느낀대로 말했다.
「슬프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가. 그 대로야」
토우키의 목소리는, 낮게 목욕통의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가만히 수면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은, 보는 것만으로 아픔을 느낄 정도로 고독과 적막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무심코 시트리는, 위로가 될만한 말을 찾기 시작했다.
그 때, 낮은 사이렌음이 함내에 울려 건넜다. 비상 소집의 신호다. 반사적으로 뜨거
운 물을 차고 일어선 시트리는, 사크야의 음성을 들었다.
「재앙의 신 접근을 확인! 적의 클래스는 A+로 보인다! 각 승무원은 신속히 전투 배
치로! 」
「토우키씨!」
「……임무 개시다. 가자, 시트리군. 내가 신의 검의 사용법을 가르쳐 주지.」
이상한 말을 하며, 토우키가 목욕통에서 일어나 나왔다. 그 옆 얼굴에, 조금 전의
모습은 없었다.
======================
번주:
이자나미가 죽은 후 이자나기는 이자나미를 만나 다시 돌아와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이자나미는 이미 황천의 음식을 먹어 돌아갈 수는 없으나 황천국의 신들과 의논해 보
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황천국의 신들과 의논하는 동안 자신을 봐서는 안된다는 말을
남기고 궁전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자나기는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이자나미는 궁
궐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자나기는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서 궁전 안으로 들어
가고 말았다. 그런데 그 안에 있던 이자나미의 신체에는 구더기가 뒤끓고 있었다.
그와 함께 머리에는 오오이카즈치(大雷), 가슴에는 호노이카즈치(火雷), 배에는쿠로
이카즈치(黑雷), 음부에는 사쿠이카즈치(析雷), 왼손에는 와키이카즈치(若雷), 오른손
에는 츠치이카즈치(土雷), 왼발에는 나루이카즈치(鳴雷), 오른쪽 발에는 후스이카즈치
(伏雷)이렇게 8종의 뇌신이 이자나미의 몸에서 태어나고 있었다.
이것을 본 이자나기가 무서워 도망치려하자, 이자나미는 즉시 황천국의 악귀들을 불러
모아 빨리 그를 잡아오라고 명하였다. 이자나기는 겨우 도망을 칠 수 있었다.
최대한 줄였지만 너무 쓸데없이 긴 주석인 듯 합니다-_-;; 일단 이 글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8종의 뇌신은 악신으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따라서
니기하야미, 오오하가리 이 선신쪽 상징 같은 두가지와, 사쿠이카즈치, 후스이
카즈치는 반대성향을 가진 것 같습니다.
뭐 제 추측입니다만...
그럼 다음에 뵙죠.. 졸립네요 이짓하느라 새벽 3시 반이라 ㅡ.ㅡ
관련자료
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